대법원, 양의사의 침시술은 불법 판결
지난달 30일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인 양의사가 사용했던 침도 한의에서 사용하는 침과 동일했다고 지적했다. 대한통증학회 소식지에 따르면 IMS시술의 경우, 침술용 침이나 침통을 사용할 수 없고,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IMS용 플런저와 바늘을 사용해야 하는데, 피고인은 한의치료에 사용되는 침을 썼고, 침을 삽입하면서 플런저 등의 도구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침을 꽂은 부위에 적외선을 쪼인 것도 문제가 됐다. 한의침술에서 주로 쓰이는 시술방법일 뿐더러 일반적인 IMS 시술에서는 상당한 자극을 가하지 않는 상태에서 침을 꽂아둔 채로 적외선을 쪼이도록 하는 방법은 상정되지 않고, 침을 삽입한 후 전기자극이나 자입, 자출, 회전 등 물리적 자극을 최소 20분 이상 가해 단축된 근육의 이완을 돕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피고인은 손으로 침을 왕복운동 해 근육에 자극을 주었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환자가 아니라고 증언했고, 전기자극을 가하지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미국 내 침구 및 전통의학협의회(CCAOM; Council of college of Acupuncture and Oriental Medicine)가 ‘dry needling(건식 바늘 시술)’에 대해 입장을 밝힌 문건을 살펴보면 “dry needle(건바늘)을 사용하는 어떠한 행위도 그 행위를 기술하는 언어와 상관없이 침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IMS 또한 dry needle을 이용하여 시술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침술이라 할 수 있다.
침구 및 전통의학 협의회는 미국 교육부로부터 인증받은 조직으로 미국 내 침구과 대학 및 전통의학과 관련한 대학을 인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CNTC (Clean Needle Technique Course)로 알려진 국제적 침 안전 과정을 운영하고, 미국 내에서 침 시술과 관련한 거의 모든 단체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표성 있는 조직이다.
한의계 관계자에 따르면 IMS는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 양의사 Gunn이 캐나다에서 학문적으로 침 이론 및 술기의 일부인 경근자법과 아시혈요법을 모방해 만든 것으로 침술의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처럼 별도의 한의사 면허제도가 없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양의사들이 IMS와 같은 별칭으로 침 시술을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같은 선진국인 독일 등에서 수 만 명의 양의사들이 침 시술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미국 침구협, ‘IMS는 침술’의 일종으로 분류
결국 국내에서 IMS 시술을 하는 것은 캐나다에서 동양의 침 이론 및 술기를 모방해 만든 시술을 우리나라의 양의사들이 역수입하는 방식으로 들여와 시술한 것에 불과한 셈이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는 IMS가 전문적인 임상 경험을 이용해 근육에 존재하는 운동점이나 근육 구축현상을 풀어주는 지극히 과학적인 방법에 근거한 의료행위이며 서양의학이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 9월 법원에서 양의사의 IMS시술이 ‘한의 침술’이라고 판결이 난 후에 대한의사협회에서 발표한 ‘의사의 의료법 위반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도 “해당 의사가 의료행위인 IMS 시술을 한 것이 아니라 한의 침을 이용해 IMS의 목표점에 해당하지 않는 지점에 침을 놓는 등 한의 의료행위인 침술행위를 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IMS라는 시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피고인인 양의사가 예외적으로 잘못된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조정훈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간사도 “IMS는 침술과 아무 상관없는 치료로 한의계의 억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고, 차의과대병원 안강 외래교수 역시 “IMS와 침술은 명백히 다른 치료”라며 “침술은 목적점 없이 피부에 있는 경혈점을 따라 시술하지만 IMS는 비정상적으로 근육이 긴장해 섬유화된 부위, 즉 목적점에 바늘을 주입, 전기자극을 이용해 치료하게 돼 있다”는게 그간 양의사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과, 지난 9월에 있었던 판결에서 보듯, 법원은 일관되게 “의료법령에 한의사와 의사의 의료행위를 정의한 바 없으므로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파악”해야 한다면서 결론적으로는 양의사들의 의료행위가 한의치료에 가깝다고 판시했다. 일선 의료현장에서 통증 부위에 바늘을 꽂는 행위 자체가 사실상 한의치료에 가깝게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호성 대한한의사협회 법제부회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IMS의 행위정의에 맞지 않는 양의사들의 무분별한 침 시술에 경종을 울릴 단초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며 대한한의사협회는 원칙적으로 IMS시술 자체가 한의 의료행위인 침술의 일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